예비창업패키지, 정말 필요한가?
예창패, 예비창업패키지에는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그건 바로 당신의 가장 소중한 자원인 '시간'을 먹어치운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해서 국가 사업에 지원하게 됨으로써 잃게되는 것은 두가지인데, 당장 행동해야 하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국가 예산의 집행일에만 얽메여 있어야 하기 때문에 '타이밍'을 놓치게 되고, 내 사업의 방향성을 스스로 정하고 자유롭게 추진하는것이 아니라 국가가 정한 포맷 안에 갖혀서 심사위원들의 눈치를 살피며 서류 업무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주도성'을 잃게 된다.
꼴랑 해봐야 제대로 쓰지도 못하는 1억 남짓하는 돈에 내 사업과 내 시간이 모두 저당이 잡혀버린다는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말이다.
물론 우리에게 있어 1억은 어마어마하게 큰 돈이다. (최근에는 그정도로 예산 책정이 안된다고는 하다만) 일반적으로 회사에 근무하며 1억의 자본금을 모은다고 가정할때 최소 7년에서 최대 10년까지 내다봐야 하고, 그정도 회사생활을 하고 나면 자기 생활 자체가 회사 생활이 되어버리고 머리가 굳어버려 자유롭게 사고하고 행동할 수 없는 상태에 갖히게 되고야 만다.
그런 의미에서 어떻게든 국가지원사업에 '당첨'이 되어서 1억씩이나 하는 예산을 타내는 것은 무척 합리적인 선택처럼 들린다.
하지만 경험자로써, 먼저 돈 한푼 없이 이 길을 걸어가본 1인 사업 (요즘에는 솔로프리너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다)의 자칭 '선배'로써 나는 정부사업에 지원하면서 사업을 시작하는것을 권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글에서 한번 그 이유에 대하여 풀어보겠다.
1) 당신에게 그 돈은 꼭 필요한가?
1억. 큰돈이다. 절대 작지 않다.
이 돈만 있으면 내가 머리속으로 구상했던 사업은 전부 다 해볼 수 있을것만 같다. 일단 3천만원은 직원 고용, 1천만원은 사무실 임대, 300만원은 명함이랑 명패 제작비용, 그리고 남은 N천만원은 마케팅에 쓰고 어쩌고... 머리속으로는 이 돈을 야무지게 써먹을 방안이 끝도없이 떠오를 것이다.
근데 반대로 생각해보자. 만약에 자본금이 천만원밖에 안된다면, 당신은 지금 생각하는 그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는가? 앱을 만들든, 웹을 만들든, 건기식을 만들던, 마케팅 회사를 설립하든. 1억이 아니라 천만원이 있다고 해서 그 일을 하지 못할만한 이유가 있는가?
웃기는 일이다. 단순히 비용을 1억에서 1천으로 줄였을뿐인데, 그 천만원 가지고 어떻게든 내가 하고자 하는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 생각이 나니 말이다. 마케팅은 네이버 광고로 진행하고, 사무실 대신 집에서 퇴근 후 내 책상에서 일하고, 직원을 뽑는 대신 프리랜서를 고용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이 사고 방식은 1억이 아니라 1천만원, 1백만원, 10만원에 적용해도 똑같이 적용된다.
무슨말을 하고싶은거냐면, 당신은 지금 시도해보고자 하는 사업에 드는 비용을 너무 크게 '과대책정'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것이다. 예창패의 지원금이 최대 1억이다 보니까 거기에 맞춰서 1억짜리 사업을 구상해버리고 있다는게 가장 큰 문제이고, 초보 사업가에게 있어 치명적인 실수이다.
당장 천만원밖에 없다고 생각하면 그에 맞춘 방향성이 또 보이지 않는가? 그러면 애초에 그 아이템은 1억씩이나 하는 지원금이 필요가 없던 아이템이였던거다. (물론 제품 생산이나 연구등의 업무는 1억으로는 어림도 없을수있다 케바케임)
동네 마트에 가서 장을 봐야 하는 상황인데 G바겐을 타고 나가냐, 1000cc짜리 오토바이를 타고 나가냐, 아니면 집앞에 있는 따릉이 자전거를 타고 가야 하냐 하면서 고민하고 있는 것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금액에 묻혀서 내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중요성과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적정 자원이 얼마정도인지 혼동하게 되는 것이 지원사업 (예창패-예비창업패키지)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초기 사업가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X라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어느정도의 자원이 필요한지 그 적당선을 찾아내는 감각이다. 근데 지원 사업에 의존해서 100만원이면 (똑똑한 사람이라면 돈없이 전화 한통으로도 해결가능)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수천만원을 박아서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보면, 이런 가장 중요한 감각이 무뎌지고야 마는 것이다.
지원 사업에 지원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돈은 무조건적으로 중요하다. 사업은 자본금이 있거나 직업이 있어야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댓가로 내가 희생해야 하는것이 무엇인지, 앞으로 장기적으로 내가 회사를 키워나가며 사람들에게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 풀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 내 상황에서 누군가의 투자를 받는것이 필수적인지 고려해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에게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문제 해결 역량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내가 스스로 갖고 있는 자원이랑 능력으로 해당 문제를 해결할 역량이 없다고 판단하여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정부 사업등에 기대고 있는 것일수도 있다.
2) 지원이 나오는 사업은 정해져 있다.
과거에도 그랬고 최근에도 그렇지만 국가적으로 방향성을 어느쪽으로 잡냐에 따라서 신생 기업이나 투자의 방향성이 잡히게 된다. (그게 실제로 가치를 창출하는지와는 관계없이)
코로나시기에는 블록체인이 그랬고, 그 당시에 VC AC 국가 사업지원을 등에 업은 수많은 신생 테크 스타트업들이 출범했었다. 그중에 지금까지 살아남은 기업이 있는가? 그중에 제대로 수익을 창출하고 고객을 유치하며 생태계를 조성시킨 케이스가 있었는가? 이 분야 최고 아웃풋이 권도형아닌가?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든 기업이 단, 한개도, 없었다.
그때도 현재도 똑같지만, 블록체인 사업 하는 사람들 치고 블록체인이 뭔지도 똑바로 이해 못하는 사람이 거의 90% 이상, 태반이였다. 사업 하는 사람도 모르고, 사업에 투자하는 사람도 모르고, 그 사업에 도장 찍어주는 결정권자도 모른다. 그냥 국가 전체가 '블록체인' 이 키워드 하나에 꼳혀서 그쪽으로 무지성 박치기를 하고 있으니까 어어어 하면서 같이 휩쓸려간거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뭐 하고자 하는 말이 AI가 거품이다, 그런건 또 아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AI야 말로 인류 기술의 특이점을 넘어서 인류 사회 구조를 새롭게 개편하는 소폰트적 특이점으로 작용할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대한민국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투자 산업, 그리고 산업이 변화하고 순환하는 과정에서 내가 내릴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선택이 무엇인지 조금이라도 더 고민하고 자조해보자는 것이다.
앞으로 국가 단위에서 가장 밀어줄 영역은 친환경에너지, 그리고 AI일 것이다. 개미 똥꾸녕만큼 전기 생산해내는 친환경 에너지 수법으로 AI 인프라를 어떻게 돌릴지는 미지수지만, 그건 떼놓고 지금 이 상황만 보자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평생을 홍삼 캔디 만드는 일에 종사해왔고, 이 시장이 가진 한계와 성장가능성을 모두 알고 있다고 가정해봐자. 그런데 국가 사업, 예비창업패키지에서 밀어주는게 '에너지' 그리고 'AI'라고 해서 갑자기 AI 추천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홍삼 분석 시스템을 개발한다고 하면, 뭐 성공확률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게 말처럼 쉽겠는가?
자신이 잘 알고 있고, 가장 승률이 높다고 생각되는 판에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싸워야지 창업을 하고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세가지 요소가 모두 맞아떨어져야지만 성공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예창패같은 사업은 앱, 웹 플랫폼이나 이런건 투자가 잘 나오지 않고 암묵적으로 잘 밀어주는 건기식, 에너지, 패션 이런것들처럼 성공 확률이 어느정도 보장된 사업계획서만 밀어주는 경향이 있다.
이게 나쁜거라는 말은 아니다. 그사람들도 수억짜리 견적 잡아놓고 무슨 듣도보도 못한 알람 앱같은거에 꼬라박으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테니 말이다. 이건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서 이건 어쩔수가 없다. 그런데 내가 그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 '사업' 자체를 '지원사업'에 맞춰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건 주변에서도 꽤 많이 보이는 케이스다. 자기가 승률이 높다고 생각하는 아이템으로 사업계획서를 만들어서 첨삭을 받았더니 이런식으로는 투자받기 힘들다는 식으로 다시 바꿔서 오라는 핀잔을 듣는다. 그래서 그 이유가 뭔지 물어보니까 "그냥 플랫폼 사업은 통상적으로 선정을 잘 안해줘요." 라고 한다. 이게 뭔 X소린가? 사업의 승률이 높아보일때 선정을 해줘야지, 그냥 특정 사업군이라고 해서 더 선정을 잘해주는거면 그냥 똑같은 사업체를 매년마다 복사해내는것과 뭐가 다른가? 신생 기업들의 차별점이 없어지는것은 물론, 안그래도 좁은 판에서 매년 새롭게 지원사업을 등에 업고 유입되는 자본을 상대로 선배 기업들이 살육전을 펼쳐야 하는, 이런 웃기지도 않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창의성의 없는 것을 넘어서 이러면 선정이 잘 되는 산업군에 돈 냄새를 맡은 사람들이 모여들어서 금방 포화상태가 되어 버린다. 투자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당장은 미약하지만 추후 성장가능성이 높은 시장을 찾고 여기에서 사업을 잘 영위해낼 수 있는 팀을 선정해서 자본금과 네트워크를 제공해주는 것인데, 이걸 똑바로 수행하고 있는게 정부는 커녕 민간 투자(AC VC)도 맛탱이가 간것 같아 보인다. 결국 자기네들 실적이랑 수익률에 직접적으로 연관될텐데 어떻게 이렇게 근시안적이지 싶을정도이다.
뭐 현실적인 요소를 고려 못하는건 아니지만, 선정되는 사업 종류가 어느정도 굳어있다다는 것은 비판의 여지가 많다. 당장 앱 중에 가장 마진률, 수익률 높은게 뭔지 아는가? 그건 바로 데이트 앱이다. 근데 예창패에서 다른 윤리적인 이유는 차치하더라도, 데이트앱을 선정을 해줄 것 같은가? 부트스트래핑(돈없이 자본금없이 그냥 머리박으면서 키우기)으로 유료 구독자 1만명 찍으면 그때쯤 VC에서 침 질질 흘리면서 "투자 필요하시죠~ 하핫" 이러면서 찾아올게 비디오인데 말이다. 왜 중간 과정을 볼줄은 모르고 결과물만 찾는지 이해를 모르겠다.
본인이 하고자 하는 사업의 방향성과 지원 사업 (다양한 정부지원사업이 있으니 그중에 취사선택을 해도 된다)을 고려해보고 핏이 맞는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서 시간과 자원을 투자한다면 별로 문제가 안 되겠지만, 대부분의 초기 사업가들의 경우 자신들이 가진 사업 아이템에 대한 깊은 고민도 없이, 그 사업이 풀고자 하는 문제에 요구되는 최소 자원량이 얼마인지에 대한 조사도 없이 일단 '돈' 하나만 보고 투자금을 받기 위해 지원사업에 자신들의 사업을 맞추는 행위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장담하는데 이러면 오래 못살아남는다. (매 라운드마다 입 잘털어서 투자금 수혈하면 또 모를까)
3) 사계서(사업계획서) 잘쓴다고 해서 선정되는거 아니다
이 글의 가장 핵심이다. 사업계획서를 잘 써서 선정되는게 아니다. 그냥 그 지원사업에 걸맞는 아이템을 만들고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배정하는 항목에 맞춰서 써야 하는 글을 쓰는게 '당첨되는' 사계서다. 그래서 사업계획서 대필같은 상품도 매번 이 시즌만 되면 흥행하는 것이다.
본인이 사업계획서를 잘 쓰고 싶으면 가장 먼저 참고해야 할게 이미 선정된 선배 사업들의 사업계획서다. 그리고 이 자료는 많이 보면 볼수록 좋으니 예비창업패키지 컨퍼런스나 네트워크 행사들이 있으니 이런 장소에 찾아가서 내가 쓴 계획서랑 이 사람들의 선정된 계획서가 뭐가 어떤부분에서 다른지 파악하는것이 필요하다. (사람에 따라서 따로 연락하면서 첨삭해주는 귀인분을 만날 수도 있으니 사업선정이 되고싶다면 최대한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보자)
물론 나도 예비창업패키지를 포함하여 수없이 많은 정부 사업을 시도해보았고, 이러한 지원 사업의 맹점을 발견하고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맞지 않다고 생각하여 지원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 말은 무조건적으로 지원사업에 목매라는 말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냥 투자고 뭐고 무시하고 주먹구구 방식으로 노가다뛰면서 가업을 일으키라는 말도 아니다. 이러한 정부 사업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내가 속한 상황에 맞는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하라는 것이다.
뭐 사업 선정 안된 사람의 사업계획서이지만, 작성하는 과정에 있어서는 최대한 많은 선배 기업들의 자료를 보고 직접 첨삭을 하나하나 받으며 만든 자료이기 때문에 참고 정도는 될지도 모르니 공개하고자 한다. 사업판에 뛰어드는 사람들에게 나름대로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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